2010.01.31 06:54

살펴 가시게...

조회 수 5433 추천 수 0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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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그룹과 시네마4D와 인연을 맺은지는 거의 11년이 되어 갑니다만...
시네마4D가 오랫동안 변방의 툴로 인식 받으면서, 저도 유저그룹 활동이 겉돌았었죠.
어쩌다 한번씩 들르던 눈팅족, 가끔 댓글질... 2002년도와 2004년도에 몇번인가 오프에 나가고...
저를 그래도 기억하시던 분은 아마 길동님이 유일했던 것으로 압니다.

여튼, 제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리라 마음 먹은 것은 2006년도 겨울의 송년회에 다녀오고 나서였습니다.
R10 버젼의 릴리즈 소식에 혹시나 싶어서 나갔던 송년회... 이단비님의 도움으로 저의 당시 거주지였던 부천에서 열렸었죠.
개인적으로 P님의 강연이었던 새로운 R10 버젼 캐릭터 툴 업데이트 내용에 경악을 하고,
자동책상의 알력으로 스러져 가던 마야를, 그 터무니 없는 방대함에 치어 꽤 오래 붙들고만 있던게 아깝고 아쉬운 미련이던 그 마야를,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기로 다짐을 했던 날이었습니다.

강연 시간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으로 자리를 옮겨 송년회의 대미를 장식하자는 그 때...
저는 담배가 마침 바닥이 나서 잠시 편의점을 찾으러 나서려 했는데... 단비님과 철흥이가 같이 가자고 저를 붙잡았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때도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길동님하고 당시에 마루 인터내셔널의 담당자였던 김은주님이 유일했었습니다.

그렇게 철흥이를 처음 만났었습니다.
서글한 눈매, 사람 좋은 미소, 말수는 적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그런 친구였습니다.
저도 사람을 처음 대할 때는 말 허트루 못하고, 나이가 구분되더라도 편하게 말 못하고 그런 타입인데...
'아휴 형님이신데, 말씀 낮추세요...?'하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함박 짓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아직도 남이 보기에는 걸음이 편치 않아 보이는데, 술이라도 들어가면 더 갈지자 걸음이 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처음 봤던 그 잠시 동행길에 스스럼없이, 가만히 내 팔을 부축하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착하디 착한 친구였기에... 일하던 직장과 제가 당시에 거주하던 동네가 가깝다는 이유로 종종 연락했었고,
내 고민, 머리 싸매고 싶은 사정, 속내 얘기를 비교적 술술 털어놨던 것 같습니다.

정말 함께 되고픈 인연이었는지...
제가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었고 서울 온수역에 자리를 잡았을때,
그 친구가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바로 근처에 잡았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 뭐야~ 자네랑 한동네 이웃이 되부럿네...?'라고 웃으면서 악수하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동네가 '동네'답지 않게 좀 외진 곳이라서 근처에 편의점이 그 친구집 가까이 밖에 없었는데...
자주 마실 나가는 편에 종종 마주치면 안부 전하고 캔커피 한잔 마시고 그랬었습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고 어이가 없기까지 한 사실은...
저야 그 친구가 편하게 생각되어서, 속내 얘기까지 술술 꺼내 놓았으면서...
정작 그 친구... 철흥이가 무슨 고민이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많이 들어두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가 막히게도 말입니다.

"형님, 언제 맥주나 같이 한잔 하세요...?"
"응, 그래야지... 그러자고."

커피 한잔은 마셨으면서, '가까이 한동네 사니까' 버릇처럼 웃으면서 말하던 그 '맥주 한잔'은 끝내 같이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에 정모 자리에서 반가운 모습 보였으면서도 그 '잔'은 부딪혀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자네랑 나랑........... 가까이.... 흔한 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랬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친구는 멀리 떠나버렸습니다.
'맥주 한잔'은 고사하고, 더는 츄리닝 편한 바람으로 마실 나갔다 우연처럼 웃으며 만나 커피 한잔, 담배 두개피...........
그 마저도 할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문상을 파하고...
정석님 덕분에 온수역까지 잘 닿았습니다.
무심결에 담배... 응, 떨어졌군... 무심결에 편의점이 있는 북부역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철흥이가 살던 집이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코끝이 찡했습니다...
문상중에는 도무지 실감도 뭣도, 영정 사진을 보고 상주 유족을 뵈면서도, 믿을 수가 없던 탓에 내내 멍했었는데...
왜 지금........

편의점을 돌아나와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철흥이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을...
아직도 희미한 어둠 속에서 철흥이가 손흔들며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여줄거 같았는데.........
순간 심장이 너무 아파서....... 더는 바라볼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미안했네... 철흥아...
고마웠고...
살펴 가시게...

훗날 내 가거든... 그땐 잊지말고 꼭 맥주 한잔 같이 하세나................................................ 응?


1178081700_G06.jpg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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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영화, "쇼생크 탈출" 中, Andy의 마지막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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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가 2010.01.31 07:59
    한번도 뵙지 못했습니다만, 일주일사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전수진 2010.01.31 11:01
    마음이 아프네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남은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
    유프린 2010.01.31 12:11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참쉽죠잉 2010.01.31 12:24
    아..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달사람 2010.01.31 12:25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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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그라프03 2010.01.31 14:54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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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현진 2010.01.31 14:58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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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레스 2010.01.31 15:1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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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니 2010.01.31 15:2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와니 2010.01.31 16:32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죵이 2010.01.31 16:44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글을 읽으니 마음이 짠하네요...부디 좋은곳에서 푹 쉬시길....
    삼가고인의 명복을빕니다...
  • ?
    그림그림 2010.01.31 18:0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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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 2010.01.31 18:31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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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립틱 2010.01.31 18: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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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소주 2010.01.31 18:5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곳에서 평온한 안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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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운流雲 2010.01.31 20:3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뵌적은 없지만 소중한 한분을 보내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 ?
    유하 2010.01.31 21:11
    마음이 아프네요..좋은곳으로 가시기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신군 2010.01.31 21:12
    삼가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좋은 곳에서 평온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마음이 짠 하네요...
  • profile
    당과 2010.01.31 22:17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소라군 2010.02.01 00:56
    최근에 제 주변에서 세분의 가까웠던 지인이 차례 차례 안타깝게 사망했던 일이 있었던지라 마음이 참 아파왔었는데
    말씀한번 나누어 보지 못한 철흥님이지만 또 한번 안타까운 소식에 또 한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루피 2010.02.01 01:30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음에 또 좋은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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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리 2010.02.01 02:0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정호 2010.02.01 09:39
    정모때도 뵙고 그전에 건대에서 와이프분과잠깐 뵈었었는데...정말 현실이 믿기지가않습니다. 현실에서 힘든점 다잊어버리시고 편안히 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
    이름없음 2010.02.01 10: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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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훈 2010.02.01 10: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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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은아빠 2010.02.01 11:21
    아.... 철홍님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쩌다가.. 부산서 한번 뵈었을때 환하게 미소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 ?
    조까크래파스 2010.02.01 11: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부디 하늘나라에서라도 맘 편히 계시길....(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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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독 2010.02.01 13:5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씨지맨 2010.02.01 22:36
    신혼이신것 같은데..어떡해요,, 마음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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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나라의어린이 2010.02.02 00:21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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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겅새 2010.02.02 09:45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카이젤님의 모습을 보자니 그 분이 그려지는 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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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트로지나 2010.02.02 12:24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profile
    자기류 2010.02.02 13:2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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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갑주 2010.02.02 15:49
    ㅠㅠ 정말 안타깝네요 ㅠㅠ
  • profile
    오즈 2010.02.02 23:5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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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드코리아 2010.02.04 10:49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슬픈 비보를 마주하게 되네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부디 좋은곳에서 편하게 계시길...
  • ?
    시간 2010.02.04 20:4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
    얼음하늘 2010.02.09 17:3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많이 늦었네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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