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은 늦잠으로 하루를 열었을 일요일 아침을 이유모를 눈떠짐에 떠밀려 잠자리를 정리하고
눈꼽잔뜩 낀 얼굴로 비몽사몽중에서도 엄습해오는 하복부 중추신경계의 일부 혈액쏠림과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인 고통을 정리한 후
토마토 4개로 아침을 시작하다.
이를 닦고, 고양이 세수를 한 후 크지 않은 방을 대충 정리하고
밀린 빨래를 속옷, 수건, 티셔츠, 바지, 양말 순으로 몇시간이 지난지도 모른채 세탁기를 돌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손빨래를 하다.
미친듯이 빨래에 몰두하다 보면 화났던 일, 우울했던 일, 답답했던 일 그냥 같이 세제 거품속에 담그어 버린다.
방울방울 무지개 빛 나이테를 두른 거품이 터지듯 좋지 않았던 감정들이 그렇게 가볍게 이쁘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지길 바래보며…
늦은 점심을 일요일엔 짜파게티란 조금은 구시대적인 세뇌교육에 충실하여 후딱 해 치운 후
잠시 숨을 돌리고 무작정 보낼곳 없는, 받을 리 없는 그리운 감정의, 보고픔의 편지를 쓰다.
내일 회사에서 나눌 이야기들에 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해 보다.
아이디어가 필요하단 핑계 아닌 핑계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들어보다.
친구에게 빌려 온 DVD를 보며, 내가 보는건지 영화 속 인물들이 나를 보는건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다.
금새 날이 어두워지고 물이 필요하여 잠시 수퍼에 들러 생수를 사고 조지아 오리지널 커피와 그냥 잔돈에 맞추어
천하장사 소세지 2개를 저녁 간식삼아 사다.
다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어울리지 않게 천하장사 소세지를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걸러내지 않는 감정의 잔해들을 '자유'게시판에 마구 쏟아내다.
일주일에 단 하루뿐인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정말 나를 잘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골목길 가득한 싱그런 가로수(?)들과 집앞을 늘 점령하는, 좀 더 나은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 오늘도 수고하는 하이에나 건달 고양이들과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름모를 여러 외국분들과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늘도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높은 동네 어느곳에서
그들이 행복하길 바래본다. 그리고 나에게도...잘하고 있다고...
이제 참치 김치찌개 끓여서 김이랑 계란말이와 함께 휴일 마지막 만찬을 즐겨야 겠다.
단지 음식만들때 매우 더운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뭐 어떤가...이열치열이고 시원하게 샤워하면 되니까...
라고 위로를 해도 가끔 두렵고 귀찮다.
다들 수없이 지나간 어느 주말의 하루쯤으로 기억 될 하루를 잘 보내고들 계신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