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생각해보게하는 글이였습니다.

by P. posted Oct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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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kkoma12    
 
 
순수 미술에 뜻을두고 커서는 작품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이 평생 그림만 그렸으나
그 길로 인해 먹고 살 길이 없는 현실에 부딪혀서 결국 만화가의 길을 선택하고 약 2년간 만화입시를 거쳤습니다.

중고등 학창시절에는 아마추어 만화 동호회 활동을 하며 만화가의 꿈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으나
또 한번 현실에 부딪혀 오랜시절 좌절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기력으로 게임캐릭터디자인을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듯이 직업전문학교에 등록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카피에 사진소스를 그대로 썼음에도 저는 그들의 당당함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순수 창작자를 깔보며 "나 떳떳해" 4글자를 얼굴에 아로새기며 오히려
그것이 또 정답이고 현실이양 다니는 양복쟁이들이 연봉 몇천대를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정신적 충격이었습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상업적인 그림이라 할 지라도 창작엔 최대한 독창적이어야하는
그 점에서 한국 게임 그래픽의 현실은 확실히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회사들어가면 규율에 따라 제작해야 한다지만 이 쓰레기 같은 직업전문학교에서
취직을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창작자에게 공장 그림을 찍어내게 하는 것
자체부터 이나라 게임바닥은 확실히 아니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창작에 대한 발언을 한다고 호통받는 경우는 지금 껏 그림을 그려오면서 어느 선생도 저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직하고 깍듯한 게임 캐릭터 디자인업계라는 울타리같은 곳"에서 바른 소리 했다가 모두 되돌려 받았습니다.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얻은 것은 학창시절 줄곧 그려오고 꿈꿔왔던 창작과 예술이라는
낭만이 근 6개월동안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라는 것, 또 황당한건 몇몇 3D모델러와
애니메이터같이 그림을 많이 그려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림을 우습게 본다는 것.
그런 사람들은 가끔 빼끼거나 유사한 것도 순수 디자인인 줄 아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른나이에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직업전문 학교를 다녔던 게 후회됩니다.
한국 미대 입시 강사들이 학원에 박혀서 돈받아먹는 수수방관자처럼 보이고
우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전 많이 실망했습니다.

3D디자이너분들은 게임 디자인라고 디자인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하지마시기 바랍니다.
창작을 해야하는 사람에겐 엄청나게 고통 스럽습니다.
모든 게임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 모두 그렇게 보이는 군요.
제가 해야할 일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순수창작을 할 것이며 쓰레기들과 안마주치면 됩니다.
분쟁도 하지않을 것이며 철저하게 무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