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by 늦깍이 posted Feb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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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느 정도의 레벨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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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원화감독님 크린업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군에서 제대한지 2년정도 되던 때...지금으로 부터 15년정도 전이네....

여건상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다른일을 찾아야 했던 시점이었다..

아버지 사업이 잘못되서....재판이 여러개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집안이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당시 집안의 빚은 수억 아니 십몇억 즈음......

당시 원화감독 크린업 봉급 50만원....

원화맨이 되서 50컷정도만 쳐내도 150이상...

원화맨이 되는 것만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었다...


난 그림엔 자신있다고 생각을 했다....

어려서 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늘 나의 꿈은 확고한 것이 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난 나가면 정말 훌륭한 애니메이터 감독이 되겠다고 꿈을 꾸곤 했다.....

나의 꿈은 집요해서....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늘 자나깨나 여전히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난 죽을 각오로 그림을 그렸고.....

철야같은 것은 당연 한 거였다... 몇끼 굶는것도 별 문제아니었다.... 선하나 지우개질 하나도 심혈을 기울였다....

나의 꿈은 손안에 들어오는 듯 했다.... 거의 손안에...... 들어 왔었다.....

나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난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어느날 감독님과 사무실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난 이런 자리엔 늘 대리운전수 였다... 술대신 사이다를 마신다...

새벽녁 감독님차로 선배님들과 감독님을 집앞까지 모셔다 드렸을 때....

감독님께서 나에게 이번에 들어오는 일부터 원화를 잡아보라고 하셨다....

새벽 녁 ..... 별이 반짝 반짝.... 난 너무나도 기뻤다.....

그러나 어느때 부턴가 가슴이 아파오는 통증을 참아오고 있었다......

증상은 마치 앞가슴 갈비뼈 가운데가 뻐근한 것이 무척 아팠다....

난 이것이 무언가 처음엔 잘 몰랐다....

어느때부턴가 그냥 참고 있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잠시 누워 있으면 마치 졸도 한 것 같은 잠을 자곤했다....



원화 50컷..... 이것이 내 책상위에 놓여 있었을때......

지금와서 생각하면 딱 일주일만 쉬었다 했었으면 ......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스트레스성 위염이었다.....

거의 매일 야근에 라면과 자극성 음식만 먹고 있었더니... 건강했던 몸, 축나는것은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당시 난 굉장한 스트레스를 내외에서 받았다...

집에가면 그야말로 깡패 같은 넘들이 죽쳐있었고, 어머니 동생은 늘 울고 있었고.......

심지어 나중엔 나까지 폭행 죄로 고소되어있었다...

여기에는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분했던 일이 많았다.... 정치, 사회 ....

나중에 다 책으로 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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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원화를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다....

꼼꼼하신 감독님의 그림을 더욱 맛깔지게 만들어 낼 만큼 난 그림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실전에 대해 난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긴장해서였을까? 어떤 연출의 원화를 그려야 할지 어떻게 하여야 훅업이 맞는 원화가 되는지 감각을 못찾았다...

아마도 새로 들어온 작품의 그림체가 기존의 그림체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일 수도있다.....

먼저 작품은 삽화체 였는데.....

내가 처음 원화로 접한 작품은 반만화 반삽화체 였다.....

지금도 밤에 잠을 설치고 깨곤한다..... 당시의 악몽을.....

50컷을 감독님께 넘기고....

감독님께서 한숨을 푹 쉰다....

크린업 좀 더 해라....

예견된 대답이었다.....

감독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밖에는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진 한시도 지체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무언의 아버지와의 계약이었다.... 이 번 일 실패하면 아버지일을 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거.....

중간즈음..... 난 아버지 사업을 정리해서 우리집이 한 번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97년즈음 부디 빚부터 가리자고 무지 떼를 썼었는데.....

혼이 덜 났었는지...부모님과 다른식구 일가친척들이 도데체 계산을 못하고.... 좋은 것만 찾다가....

난 미치는줄 알았다....

IMF 맞아 난 또 한번 기회를 잃는다.....

난 그 때도 밤에 들어오면 지금과 같이 컴퓨터를 공부했다.... 처음엔 디렉터, 플래쉬....

2000년도 즈음 난 플래쉬로 세상에 다시 뛰어 든다.....

플래쉬애니메이션 공정은 사실 당시 내가 최고 였다...

당시 완벽한 선처리와 후반 퀵타임을 통한 프리미어편집작업까지의 공정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지금와서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굉장한 것이었다...

몇몇 감독님과 교수님들도 나에게 조언을 받기까지 할 정도 였으니까.....

늘 그렇듯 난 너무 나도 완벽하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하긴 누가 날 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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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모사진들을 보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솔직히 너무너무 부럽다.....

그 날 석달간 결재 못받고 있던 거래처에서 연락이 와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날 가서 내가 그동안 갈고 닦은 리깅 비법을 보여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아볼까....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어쩌면 얼굴알리지 않고 있어서..... 이렇게 속내를 털어놔도 별로 창피하지 않아 좋은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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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 만드는거....

이건 늘 나의 꿈이다.....


C4D 리깅공정이 어느정도 완성되었다...

이렇게 오늘 이것저것 점검하다보니... 역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품에 필요한 소품들을 만들어 보려 하니.... 역시 서툴고.... 한심한 부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캐랙터라고 생각되어 캐랙터 리깅까지는 잘갔는데.... 가장 쉽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소품들이 잘 안된다.^^

다시 시작이다....

다시 작은 것 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완벽한 고수가 되기 위해 수련을 할 생각이다....

Who's 늦깍이

?
늦깍이예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