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펌] 백남준과의 대화

by 슈퍼맨 posted Dec 14,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출 처 : "teamkish" - New York, photo, design, and more..
작성자 : 황진국
작성일 : 2004.06.10

1992년인가 1993년인가 늦가을인가 늦봄인가의 어느날 오후2시 과천현대미술관내 대강당에서 '백남준과의 대화'라는 행사가 있었다. 결석과다로 에프의 위기에 몰린 오후과목에 대해 한 20초간 고민을 하다 현대미술관으로 달려갔다. 국내 유명한 예술,문화계인사들과 일반참석자로 초만원을 이뤘다. 행사는 주최측이 요구한 것에 대한 백남준의 설명이 있은후 문화계인사들의 질문과대답, 일반인들의 질문 순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재미난 것 몇가지를 소개한다.

기자 : 서울올림픽때 했던 위성비디오쇼에 왜 일본 마라토너의 모습이 자주나왔나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우리나라의.. 어쩌구 저쩌구..(질문 한 3분걸렸다) 왜 그랬나요?

백: 삼성한테 티비와 기자재 스폰서를 부탁했는데 거절당하고 어쩌나 하고 있던차에 소니가 좋은 조건으로 스폰서를 해주면서 그 마라토너를 많이 보여달라고 했거든. (끝)

 

 

 

 


기자 :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든가..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유럽의 고전회화와.. 어쩌구 저쩌구.. 어찌생각하시나요?

백: 실제로 가서 보면 별론데. 오히려 화집이 더 생생하게 찍혀있더라구. (끝)

 

 


평론가 : 존케이지와 친하신걸로 아는데.. 존케이지의 전위 음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난해하고.. 어쩌구 저쩌구.. 더군다나 자주 접하지 못한 국내일반관객에겐 더 난해하게 받아들여질텐데.. 존케이지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백: 그럴리가 없는데. 존케이지는 불교나 동양사상에 심취한 사람이라 우리한테 더 익숙한데. (끝)

 

 


평론가 : 예술은 이제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 아닌데. 아직 할게 많은데. (끝)


 

 

 

평론가 : 앞으로 예술의 흐름이 어떻게 가시리라고 보십니까?


백: 옛날엔 냉장고나 티비를 갖고 싶어했지만 이제 집집마다 갖고 있고, 자동차도 다 갖고 있고, 비디오도 다 있고, 하드웨어는 이제 다 있거든, 이제 놀아야 되니까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 하드웨어를 돌려줄 소프트웨어.

 

 


평론가 : 초기엔 행위를 주로 하시다가 어떻게 성廚?작업을 하시게 됐나요?


백: 해프닝은 우선 관심을 끌기엔 좋거든, 일단 관심은 끌었는데 해프닝은 한번하면 사라지거든, 서른도 넘고, 사라지지 않고 소장할수 있는걸 해야 돈이 된단말이야. 돈이 있어야 예술도 하거든, 집에서 보내주는 돈도 끊겼고, 뭘 할까하다가 눈에 들어온게 티비지.

 

 

 

 



평론가 : 무어맨(여자, 미국, 행위예술가)과 염문 같은게 있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실제로 어느정도 친한 사이셨나요? 뭐 작업외에 특별한 애정 같은게 있었나요?


백: 그런거 다 얘기하면 무슨 재미야. 미스테리가 있어야지.

 

 

 

 



문화계 인사 : 나는 예술이란.. 인간이 갖는 보편적 가치관을.. 어쩌구 저쩌구... (무려 10여분에 달하는 예술관을 죽 늘어놓으며) 이런걸 예술이라고 보는데 백선생께서는 예술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백: 예술에 대해서 아주 많이 아시네. 난 잘 모르는데. 다음 질문.(장내는 뒤집어졌다)

 

 

 

 



중학생여자아이 : 선생님 저는요... 화실에서 그림 그릴때여 미술선생님이 넌 왜 맨날 아무생각 없이 그림 그리니 라고 하시면서 혼을 내시거든여. 선생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세요?


백: 너 정말 그림 그릴때 아무생각 없이 하니?


중학생여자아이 : 예.


 

백: 너 대단하구나! 나두 아직 작업할때면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선생님 말 듣지 말고 계속 아무생각 없이 해라!(장내엔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

 

 

이런것이 천재의 시크함일까요?

 

백선생님의 작품이 그리워지네요...

 

쩝~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