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구정 이후로는 처음이군요.
서울에 제법 친척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관계로, 항렬이나 연배가 가장 어린 운전 면허 소지자라는 아주 극명하게 단순한 이유로 늘 명절때만 되면 기사노릇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큰아버님이 의사시라, 추석전날 모두 모여서 한꺼번에 내려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봐야 큰아버님 내외, 당숙 어르신 두분, 저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명의 귀향입니다만...
24일 저녁 출발은 정말이지 산뜻 그 자체였습니다.
ㅎㅎㅎ...
귀향길이라고 하기엔 무색할 정도로 차가 전혀 없어서리 신나게 밟아가며 귀향했었죠...
모처럼 고향집에 내려가서 가을의 진미라 불리우는 송이버섯에 한우 갈비살도 실컷 먹고 하루종일 신나게 먹고 마시고르를 했습죠.
뭐 나이가 나이다 보니 만나는 친척이며 고향 친구들 마다 결혼 성화를 들어야 한다는건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긴하지만, 그 이상으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게 마냥 즐겁더군요.
추석날 새벽 성묘를 드리고, 그날 밤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귀경해야 했습니다.
역시 워낙 바쁘신 큰아버님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ㅠㅠ...
저녁 7시에 출발해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꽉꽉 막히는 바람에, 충주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무려 11시...
그런데 근처에서 그만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어르신들 셋이 내려서 밀어도 죽은 시동은 결코 다시 켜지지가 않더군요.
하느 수 없이 갓길에 차 세워두고, 고속터미널 가는 버스 지나갈때 마다 히치 하이킹으로 어르신들을 태워드리고, 저는 렉카 올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렸습니다. 렉카가 2시간이나 걸려서 와서 겨우 차를 입고시키고...
저는 또 저대로 서울로 겨우 겨우 고속버스 히치하이킹 전법으로 올라온 시간이 새벽 4시...
이건 뭐 전부 택시 잡느라 아우성이더군요.
저도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택시의 승차거부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택시 잡아서 집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까 싸주신 김치와 부침개 같은 추석 음식들이 차 드렁크에 있었다는걸 깨닫고는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보험사 쪽에서는 찾으러 가기 힘들면 자기들이 가져다 준다고 하는데, 그것도 추석 연휴가 지나서라고 하니, 고향 어머니표 김치는 포기해야할 듯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