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4일 월요일 AM 09:00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늦게 일어났다.
아내가 까치둥지 어떻게 하냐고 호들갑이다. 살펴보니
집앞 까치둥지가 있는 은행나무가 공사 이유로 뽑혀나갔다.
까치둥지 어떻게 할꺼냐고 따지러 갔다.
공사 관계자가 성당 옆 나무에 옮겨주려 했지만, 성당 관리인의 완강한 거부(똥싼다는 이유)로 어쩌지 못하고
그냥 공사장 컨테이너 위에 4마리의 어린 새끼 까치를 방치해 버렸다.
(사진을 보면 이해하겠지만 불과 50c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기가 막히고 화가 났다.
인부의 말로는 여기다가 둬도 죽지 않을 거라며,
나로서도 현재는 별수가 없기에.
일단 컨테이너 위에 놓고 까치 부모들이 돌보지 않는 다면, 우리집 옥상에 가져갈 것이라고 얘기하고 출근했다.
까치둥지가 있던 오른쪽의 나무가 뽑혀나갔다.남아있는 나무는 성당 소유의 나무
2012년 6월 4일 월요일 PM 11:00
업무가 끝나고 집 도착
컨테이너 위의 까치 새끼들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았다.
....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너무 늦었구나.." = =
사체라도 거두어 주기 위해서 집에서 박스를 가져 와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내려오려는 순간, 미세하게 퍼드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상해서 사체를 아무리 건드려 봐도 뻗뻗하게 죽어있을 뿐인데..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사다리로 내려오려는 찰나..다시 희미하게 퍼드득 소리가 들려 후레쉬를 켜고
주위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일단 죽은 새끼가 몇마리인지 살펴보니 3마리.
한마리가 없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망가진 둥지 아래 한마리가 깔려서 낀채로
"나 살아있다"
라는 듯 날개를 작게 부르르 떨고 있었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1:00
데리고 온 새끼가 가망이 없어보인다.
숨만 붙어 있을뿐, 의식이 없다. 오후 뜨거운 햇살과 저녁 추운 바람으로 죽어가고 있다.
인터넷이서 새끼는 2~4시간 마다 먹이를 주지 않으면 소낭이 붙어버려 죽는다고 한다.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소낭이 비어 있을때에는 입을 벌려서 억지로 라도 먹어야 한다
소낭을 만져보니..텅 비어있었고. 금새 죽을것만 같아서. 억지로 입을 벌리고 물과 고양이 사료
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35도 정도) 먹였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3:00
어린새들은 온도 조절을 못하기때문에 40도 정도로 온도를 맞추어주지 않으면 죽는다.
라면 상자만한 종이 박스를 구멍을 내서 안방에 백열전구스텐드(30W와트)를 넣어주고
박스안에 손을 넣으면 따뜻할 정도로 해준다.
기운이 조금 들었는지. 정신을 차리더니
똥을 찍 갈기고 잠이 들었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4:00
얼마 안가서 버둥덴다.
배가 고픈가 보다. 고양이 사료를 핀셋으로 입을 벌리고 목구멍 근처까지 넣어주었더니
절대 먹지 않고 뱉어버린다.
새가 기운이 없을 때에는 달걀 노른자를 삶아 먹이라 해서 주어 보았다.
이제서야 자기도 살고 싶은건지, 내얼굴을 향해서 입을 좌악 벌린다.
달걀노른자 3/1을 먹고서야 잠이들었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5:00
까치의 상태가 좋지 않다. 날개가 계속 축 쳐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 고꾸라져서 죽은것 마냥
입을 벌리고 있다.
건강한 새는 앉은 자세에서 날개 사이에 얼굴을 뒤로 파뭍고 자는게 정상이다.
...
상태가 얼마 못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싱을 엷게 타서 먹이라고 하지만, 새벽이고 우리 동네에는 약국이 없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7:00
밖에서 까치 부모들이 깍깍 새끼를 찾는다.
새끼는 몇번 반응을 보이더니, 힘이 없는지. 고꾸라져 버렸다.
밖을 보니 까치 엄마가 둥지에 죽은 새끼들을 발견하고 울었다.
신기한것은 하나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한것인지..
한참을 주위를 돌아다녔다.
주차된 자동차 밑, 담벼락의 사이사이, 땅에까지 내려와
"깍! 깍!" 하며 매우 큰소리로 새끼를 찾아 다닌다. (처음 듣는 소리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09:00
내가 할수 있는게 없다. 새끼의 상태는 점점 안좋아 졌고. 이대로 라면 곧 죽는다.
둥지가 있던 나무는 없어졌고, 사람손이 타면 새끼와 둥지를 버리고 가버린다는 말에
어떻게 결정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10:00
까치 부모들은 아직까지 새끼를 찾아 다닌다.
저럴 정도면 분명 자기 새끼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판단하고 사다리 차를 불렀다.
성당 사무장에게 전화해서 자초지경을 설명하고
"어찌 신앙인이 그럴수 있느냐! 작은생명하나 구제 안해주면서 인간을 어찌 구원하냐는거냐!" 며..따지고
결국 성당 옆에 나무에 옮기기로 결정
2012년 6월 5일 화요일 AM 11:00
죽은 새끼사체를 상자에 담고 부서진 둥지를 철사로 다시엮어서 조립했다.
사다리차가 왔고 아저씨께
P : "튼튼하게 잘 해주세요!!"
사장님 : "아니..아저씨가 올라가셔야죠. 전 사다리차 조정해야 하잖아요."
P : "아...~ 그렇쿠나...= =;;"
결국 내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인부들에게 짜증이 났던거다.
"~!!으라라얏~!.
사다리차가 부실해서 좀 무섭다. 앞에 # 절대 사람 탑승금지 # 라고 써있다. = =;
태풍이 불어와도 날아가지 않게 1시간 반여에 걸쳐 나무에 철사로 고정작업
목장갑을 끼지 않고 와서, 철사와 나무에 계속 베임..= =;;
2012년 6월 5일 화요일 PM 01:00
부모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새끼를 버리고 갈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많이 먹이고.
인간들이 저지른 무책임한 짓을
인간인 내가 할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이라 생각하며.
이대로 그냥 죽는 것보다. 죽더라도 자기 둥지에서, 부모가 있는 곳에서..
가 좋을 것이라 생각
그 이후는 창조주께. 그리스도께 맡기고
새끼를 둥지에 내려놓고 내려왔다.
"꼭 살아서 엄마,아빠 사랑받고 자라라~"
2012년 6월 5일 화요일 PM 03:00
나무에 가려져 계속 헛탕만 치던 부모들중
아빠가 드디어 둥지를 발견했다.
신기한것은 아빠까치가 "꺅 꺅!!" 큰소리를 내니
떨어져 있던 엄마 까치가 쏜살같이 날아와서 둥지를 살폈다.
정말 신기한것은 그이후로 새끼를 찾지도 않고
큰소리로 울지도 않았다.
새끼의 상태가 워낙 안좋아서 어떤 상황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는 까치들에게 맡기고 나는 출근..
2012년 6월 5일 화요일 PM 11:00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
2012년 6월 6일 수요일 AM 11:00
옥상에서 면도를 하며 주의깊게 살펴보니. 부모들이 계속 둥지를 왔다갔다. 함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니.
600만 달러사나이의 귀로 들어보니. 가끔 작은 소리로 "갹. 갹~" 소리가 들림.
확실하게 부모까치들이 둥지로 날아오면 "갹..갹" 소리가 선명이 들림.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갑자기 감동 받아서 눈물이 나버렸음. ㅜ ㅜ
주님께 감사 드리고. 아내 한테 새끼 건강하다고 말해주니.
아내도 완전 신나함.
2012년 6월 7일 목요일 AM 11:00
꿈에 까치 식구가 나타나. 고맙다며 인사함
= =;;
까치 부모들이 밭에서 먹을 것을 물어와 부지런히 새끼에게 가져다 주고 있다.
이제 새끼도 기운을 차렸는 지. 부모가 오면 날개를 퍼덕거리는것이 눈에 보인다.
끝으로
주변에 힘없는 것들에게 작은 관심을 가졌주셨으면 합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데.
(사다리차 7만원, 철사 2000원, 계란 3개) 7만 3천원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쉬운것은 동네사람들이 그냥 그때 지켜보고만 있지 말고. 옆나무에 옮겨놓으라고 한목소리를 내주었으면
까치식구가 온전히 평화로웠을 텐데 말입니다.
반바지 입고 사다리차 몸소타고 오후내내 할일없어서 이런짓하고 있는,
전 모자란 사람이거나, 시간이 남아도는 동네 백수가 아님을 밝히면서
이글을 읽으신 분들도 이런 상황이 되시면, 작은 생명 외면하지 마시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작게나마 한말씀이라도 힘을 실어 주시는 분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작은것을 소중히 여겨주시고 돌봐주시면
CG백날해서 돈 많이벌고 고급 승용차 몰고 술집가서 노는 것보다.
자연이 들려주는 감동의 다큐멘터리를 직접 느낄수 있을겁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새대가리들도 생각과 감정이 분명히 있다는...
근데 나 어제 치킨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