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4강전 응원을 다녀와서

by 최걸 posted Jul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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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여자 축구팀 4강전이 보훔(Bochum)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히 하루 휴가를 내고 응원하러 떠났습니다. 다행히 보훔은 이 곳 본(Bonn)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서 - 기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 - 부담없이 갈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 있으면 애국자가 된다고 저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기전에 비가 많이 왔는데 비를 쫄딱 맞으며 보훔 경기장을 향했습니다.

경기장 도착하자마자 바로 경기장에 들어가기 보다는 우리 태극낭자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었기에 얼른 선수 입장하는 곳으로 달려갔죠. 조금 늦게 경기장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아직 입장하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선수들 입장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입니다.
 
선수입장_00134.jpg 

경기장에 들어가서 제가 처음으로 자리한 곳은 우리팀 진영의 한 모서리 방향이었습니다. 사방에 독일 사람들 뿐이라 응원하기 좀 뻘쭘했습니다.

first.jpg 

전반전이 2:0으로 뒤진 채 하프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얼른 우리 응원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가 자리한 곳에는 수십명의 현지 붉은악마 응원단이 자리잡은 곳이었습니다. 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이민 오신 분들이신지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았습니다.

쉬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수선해서 보니 분데스리가 보훔에서 뛰고 있는 정대세 선수가 우리 선수를 응원하러 경기장에 왔습니다. 그리고 제 바로 옆을 지나가더라구요... 이때다 싶어 바로 직샷 들어갔죠 ^^

정대세_01148.jpg 

이제 후반전 시작 양팀이 진영을 바꾸었습니다. 아쉽게도 3골을 더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패스는 게르만 여성들에게 계속 차단당하고 체력적으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라 많이 안타깝더군요. 실제로 우리 선수들을 보니 거의 중학생 같아 보였습니다.

fsecond.jpg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지메시" 지소연 선수가 수비수 몇 명을 제치더니 정말 메시같은 드리블 능력으로 골을 넣은 것이었습니다.

정말 메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니 이제 메시가 오히려 남자 지소연으로 부르고 싶더군요. 페널티킥 상황도 많이 아쉬웠습니다.

우리 수비수 중 한 선수가 골대 맞고 공이 나간 줄 알고 두 손으로 받은 것이었습니다. 경험 부족 탓이겠죠. 어쨌든 알렉산드로 포프가 가볍게 성공시키면서 지소연과의 골 경쟁에서 격차를 2골로 벌였습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3,4 위전에서 3골 넣으면 되잖아요 ^^ 물론 포프가 한 골도 못 넣는다는 가정에서...)

아쉽지만 경기는 5:1로 뒤진 채 종료되었습니다. 우선 체격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고 선수들의 경험과 선수층의 큰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것이 패인이 되겠죠. 이를 계기로 많은 국민적 관심과 후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램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우리 선수들이 응원석을 향해 인사하는데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하더라구요. 특히 골키퍼 문소리 선수가 너무 슬프게 우는 나머지 저도 울 뻔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응원석을 향해 인사하는 우리 선수들 모습입니다.

태극낭자_00094.jpg 

자세히 보시면 골키퍼 문소리 선수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고 잘 싸웠습니다. 다음에는 성인 여자 월드컵 4강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독일 선수들도 응원석을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문구에는 대략 "감사합니다. 빌레펠트(결승전이 열리는 곳)에서도 좋은 결과 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씌여져 있었습니다.

갑자기 득점왕 알렉산드로 포프가 관중석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아마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달려온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포프가 어느 아주머니한테 마마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거든요.

가족과 친구들과 진한 포옹을 하더니 팬들 한명 한명에게 싸인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얼른 티켓을 꺼내들고 포프에게 싸인을 받고 악수까지 했습니다. ^^

다행히(?) 그리 매력적으로 생기지는 않아서인지 별로 느낌은 없더라구요. 아래 사진은 그녀가 저에게 다가와 싸인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포프_05561.jpg 

포프_05725.jpg 

지소연 선수에게 싸인을 받았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선수들은 인사 후 곧장 락커룸으로 향하더군요.

그래도 졌지만 저에겐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정대세 선수도 가까이서 보고 포프에게 싸인도 받았으니깐요. ^^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 몇 개 남기면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우리 팀이 3,4 위전에서 꼭 승리했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지소연 선수도 득점왕이 되었으면 하구요 ^^ 대~~~한민국

1. 양팀 선수들 입장



2. 하프 타임 - 정대세 선수 주목



3. 우리 선수들 응원석 향해 인사



4. 팬들에게 싸인하는 포프 - 마지막 부분에 제가 싸인받는 부분도 있어요 ^^ (지루하면 뒤로 돌려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