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편지가 왔어요

by 임갬 posted May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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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늦깍이로 입학한 대학생의 과제로 편지를 저한테 보내셨어요... 

과제때문에 보냈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지만 조금은 속마음을 비추시더라고요 

최근 아버지와 저의 말다툼에 대한 심정,어머니와의 갈등, 저의 진로에 대한 걱정과 응원의 메시지.... 

취업준비를 한다며 한동안 집에서 머물다 보니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는데요 

아빠와 엄마의 갈등은 예전부터 조금씩 있었어도 금방 가라앉고 중간에서 제가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두분을 답답함을 조근조근 이야기상대를 해드리며 조금씩 풀어갔었는데 

정작 아빠와의 문제가 주인공이 제가 되니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제가 군대를 다녀오고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서 우리가족들이 아버지께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제가 대신 이야기를 꺼내는 역할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되었는데요 (아버지가 권위적이셔서 저 이외에는 말을 삼가하거든요....) 

한번은 엄마와의 문제가 있던날 제가 아버지께 심하게 대든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무섭던 아버지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시며 

그 자리를 아무말 없이 피하셨어요
(저의 모습에 놀라셨으니까요 - 주위사람들에게 좋게만 평가받을때마다 자신의 행동거지가 모두 옳다는 강한 자부심도 자리잡고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나누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조심스러워졌는데요 그런데 생각하지 못 한 걱정거리가 생겼어요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보니 아버지의 모습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저의 성장과정 속에 간혹 보였던 

아버지의 술에 취한 모습, 소리지르며 무섭기만 했던 부정적인 모습만 자꾸 떠오르게 되면서 서서히 부담스러워지게 되었어요 

저의 그런 부정적인 면이 받아들이기 싫어서 저도 나름대로 노력했답니다

일부러 아빠에게 농담도 자주하며 친구들 만난 이야기도 하곤 했지만 마음속 깊이 상처가 된듯한 저의 심정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났나봐요



어느날 아버지 일을 돕는데 자꾸 아빠를 피하는거 같다면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편지가 오게되고 아버지께서 학교 과제때문이니 답장을 써주길 바란다고 하셔서 숨길 수 만은 없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편지에다가 거짓말로 무조건 사랑한다는 가식적인 말을 하기는 싫고.... 

씨포디유저그룹에 계신 여러분, 아버지 입장으로써 혹은 자식의 입장으로써 어떻게 하면 부자지간에 아쉬움과 

서운함 없이 이 상황을 좋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편지로 속시원하게 말할까요?(그러면 아버지께서 상처받으실까봐 걱정되고)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로 둘러대고 저의 안 좋은 생각들이 사리질 때까지 기다릴까요? 



 ※다른건 필요없고 그저 하하호호 웃음만 넘쳐나는 가정을 만들고 싶은데 제가 가족들에게 너무 바라는 것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