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09 00:39

신해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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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45 추천 수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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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분토론에서의 소위 “복장불량 ”에 관한 대 국민 사과문
- 마왕의 미니홈피에서 퍼왔습니다.

문득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 선생께서 국회청문회에 불려나가신 적이 있었드랫죠. 당시 앙선생 께서는 정말로, 집요할 정도로 초지일관 일생에 걸쳐 입고 다니신 손수 디자인한 흰색의 자신의 작품을 몸에 걸치고 있었죠.

노발대발한 높으신 국회의원 나리님들께서 정장, 정확히 말하면 넥타이를 착용하는 “서구 일부 국가들”의 남성용 복장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던 일들이 기억이 납니다.

less..

하지만 이 의미심장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앙드레 김’ 이라는 이름 대신에 주민등록상의 이름을 대라며 또다시 불거진 해프닝이 전국적으로 희화화 되는 바람에 묻혀버리고 말죠.

물론 그 후의 여론은 높으신 나리들의 교만과 무식에 얼굴을 찌푸린 일부 식자층의 옹호 -디자이너가 자신의 작품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서는 모습이야 말로 직업상 최대의 예의이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의 예명 대신 본명을 대야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그는 청문회의 증인이지 경찰서에 끌려간 피의자도 아니었다 -가 더 큰 설득력을 가지게 되어 국회의원의 교만과 무식을 상징하는 사건의 하나로 남게 됩니다만....

또 하나의 해프닝이 있습니다. 80년대 말 우리 한국을 방문한 어느 일본인이 신기한듯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한국의 가수들은 티브이에 모조리 양복을, 정확히 말해 양복정장을 입고 나오느냐” 당연한 일이죠. 노출이 있으면 풍기문란, 디자인이 특이하면 품위저하,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견디다 못한 연예인, 특히 가수들은 ‘양복’을 입고 나가는게 최대의 안전빵이었던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일이지만 당시엔 그렇지가 않았답니다.

저 신해철이 백분토론에 후드 티와 장갑을 끼고 나왔다라는 것에 대해 적절치 못하다고 지랄하시는 분들에게 일단 제가 반성하고 있는 몇가지를 말씀드리죠.

첫째, ‘청’바지인 불루진이 노동계급을 상징하듯, 양식 정장에 넥타이를 매는 것은 보수 기득권 층인 화이트 칼러들의 예복을 상징하는 바, 이에 순응하지 않고 싸가지 없이 자신의 출신성분 혹은 정체성을 표시하는 캐주얼 혹은 록가수스런 소품으로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습니다.

까고 얘기하면 일개 록가수인 제가, (사실 저는 제가 댄스가수라고 봅니다만, 자꾸 사람들이 록가수라니, 이거 참...) 무려 백분토론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주둥이를 놀린다는 사실 자체가 티꺼우신 분들에게는, 제가 정장을 입었다면 주제넘게 잘난 척 한다고 했을 것이요, 상대편 패널에 대한 동의의 웃음은 비웃음이고, 비유법을 사용하면 알맹이 없는 수사가 되고, 선진국의 예를 들면 매국노가 되지요.

사실, 지난번의 대마초 토론 때는 한번도 상대방의 말허리를 자른 적도 없고, 진행자의 허락없이 발언하지 않으며, 막말이 오가는 가운데 공손한 어투를 쓴 유일한 패널인 제가 ‘빈정빈정 비웃는’ 태도로 지적이 되드군요.

이는 모조리 저의 책임인 바, 자신의 태도를 확연히 표현하지 않고 애매한 복장으로 혼선을 드렸으니, 혹 다음 기회가 있다면 확실히 문신도 하고, 귀도 뚫고, 헤어스타일은 스킨헤드로, 가죽 점퍼에 면도칼 주렁주렁 달고 나설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참, 백분토론의 연출진들이 생방송 전 제 복장과 소품에 대해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다’ ‘억지로 꾸미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 되고자 한다’ 라며 열렬히 저를 지지해준 사실은 제가 마치 자신의 책임을 제작진에게 돌리는 듯 하니 하지 않기로 하죠.

저를 티꺼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 저의 이미지는 방송 5분전에 그 복장과 소품으로 나타나 이 복장이 아니면 너네 방송 안한다라고 거드름 떠는게 맞을 테니까요. (흐음, 록가수로는 나쁜 이미지도 아니로군요.....)

둘째, 우리 민족사의 어느 시기에도 이렇게까지 전 민족이 오랑캐들의 복식을 입고 있는 시절이 없었습니다. 몽골의 침략시기에도, 심지어는 일제시대에도 온 민족이 오랑캐들의 옷을 따라 입지는 않았드랬죠. 지하에 계신 이순신 장군께서 목숨으로 막아낸 이 강산에 살고 있는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한복을 입지 않고 오랑캐의 정장을 입은 무리 속에 역시 오랑캐의 복식인 후드 티를 입고 나선 점, 선조들에게 사과 드립니다. (흑흑흑)

마지막으로, 우리에겐 엄연히 우리의 현실이 있는데 자꾸 선진국의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 이 ‘우리에겐 우리의 사정이 있다’ 라는 문장 아래에서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탄압한 바 있고, ‘우리가 선진국을 무조건 따라 갈 순 없다’ 며 체육관 선거 및 각종 인권유린을 자행한 전두환 정권의 슬로건과 이 문장이 뇌리에 겹치는 것은 솔직히 저의 오바죠.

하지만 ‘선’진국이라는 말이 그들이 그냥 알로 주워먹은 것은 아닌 바, 우리가 따라가지 말아야 할 부분 보다는 열심히 연구하고 따라가야 할 부분도 많은 것이 ‘선’진국이니 저는 앞으로도 선진국들을 어디까지나 한 수 배워야 할 대상으로 간주 할 방침입니다.

자아, 긴 글 읽어주셨으니 짧게 결론을 드릴게요.

제가 후드 티에 장갑을 끼고 나온 것은 분명 일부에게는 [익숙치 않은 모습] 일 수 있습니다. 충분히.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반드시 [옳지 못한 모습]은 아닌거죠.

저에게 열렬한 격려를 보내 주신 분들께는 감사를 드리며, 열렬히 지랄 해 주신 분들께는 한 말씀만 드릴게요.


“세련 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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