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이런 언론도 있군여

by HongC posted Dec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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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수" 보도경쟁 자제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自省의 글>

서울대 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올때까지
황교수관련 보도경쟁 자제하겠습니다

올 연말은 아무래도 우리가 바라는 연말이 아닐 듯합니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고 들뜬 마음으로 새해의 희망을 노래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스산하기만 합니다.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한 달 넘게 계속되어 오는 동안 이를 지켜보는 국민 대다수는
이미 허탈함과 낭패감의 극점을 경험했습니다. 더욱이 그 논란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핵
심 연구자들간의 ‘진실공방게임’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사회 전체가 심리적 공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까지 오게 한데는 언론 또한 책임의 일단을 짊어져야 한다는 사회 일각의 지
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진실을 밝혀내려는 언론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
는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 언론의 참된 도리와 사회적 역할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닌지 이순간 뼈아
프게 자성해 봅니다. 진실추구와 ‘알 권리’ 라는 명분 아래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검증되지 않
은 얘기’ 들을 경쟁적, 자의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언론 스스로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
긴 것은 아닌지 새삼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진실의 실체적 규명 과정에마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가름 행태를 재연한 일부 언론의 태도에 같은 언론종사자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
뿐입니다. 헤럴드경제 역시 이 같이 언론계 전체가 책임을 공유해야 할 부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합니다.

헤럴드경제는 이제 독자 여러분에게 약속드립니다. 줄기세포 진위논란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
회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보도를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그때 그때 발생하는 뉴스는
응당 보도하되 무리한 속보 경쟁이나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예측성 보도 행태에선 한 걸음 비
켜나 있겠습니다.

특종과 낙종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섣부른 예단과 추측 기사로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
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실은 하루속히 밝혀져야 하지만 조사위가 공식 가동된 이상 이제
부터 그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은 당분간 저널리즘의 영역을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계의 철
저하고도 객관적인 조사와 이를 보완하는 수사 결과를 통해 진실은 드러날 것이고, 또 그래야
만 합니다. 그때까지는 언론계 역시 조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차분히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그런 태도야말로 자칫 우리 모두가 敗者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최근의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자 여러분. 앞으로도 우리 헤럴드경제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이 걸어야 할 바른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취재, 보도상의 시행착오
를최대한 줄이려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아무쪼록 독자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나
아가 언론의 사회적 소임을 다하는 과정에 한 줄기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해럴드 경제
편집국장 장 윤영
2005년 12월 19일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