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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맥킨토시의 추억...

by 슈퍼맨 posted Feb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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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아범 호환기종이 대중화되던 시절이었고, 맥킨토시는 DTP 관련 업체와 관련 학과에만 보급되던 시절이었지요.


맥킨토시에 관심이 많았던 관계로, 관련 서적을 구입해서 밑줄까지 쳐가며, 클래식, SE, SE/30, LC475, 쿼드라 fx 등등 당시로도 이미 한물간 세대의 맥들에 대한 성능과 가격 (주로 달러로 표기)을 보면서, 맥을 갖고 싶어 안달했었지요.


막연한 기대감에 대한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뿌듯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엘렉스가 여름방학 특가 세일을 신문 광고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께 신문 광고를 보여주며 사달라고 졸랐더니, 가격에 깜놀하셨지만, 36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얘기에 덥썩 사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만세를 외쳤죠.


없는 형편에 늘 저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시던 어머니였기에, 큰 돈을 들여서라도 제가 원하는것을 들어 주신것 같습니다.


저의 첫 맥은 쿼드라 650이었습니다.


CPU는 68040에 컬러맥이었죠.


엘렉스 기사 분이 집에 직접와서 배달에 설치까지 해주고 갔는데, 시스템7.x와 클라리스 웍스, 맥용 아래한글, 한맥 워드, 바이렉스, 나머지는 전부 그래픽 프로그램들이었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스트라타 스튜디오, 폼지, 쉐이드, 일렉트릭 이미지 애니메이션 시스템 등등이 그것들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있어, 컴퓨터를 배운다는 건 맥을 배운다는 것이었고, 맥을 배운다는 건 곧 이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배운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큰돈을 들여서 구입해주신 만큼, 뽕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그땐 참 열심히 이것 저것 작업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선망했던 도구로 무언가를 창작해낸다는 기쁨과 그것을 제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칭찬 듣는게 참 기뻤던 시절이었습니다.


집이 시골인지라, 주말엔 늘 집에 내려가곤 했었는데, 자취하던 방이 워낙 꾸리해서 나무문에 창문도 방범창이 설치되지 않았기에, 쿼드로 650을 자취방에 두고 오는게 늘 마음에 걸려서리, 더블백 같은 큰 가방에 쿼드로 650과 어드밴스드 키보드를 넣고, 집에까지 가져 갔던 기억이 납니다.

워낙 비싸고 저에겐 소중한 녀석인지라 혹시라도 도둑 맞을까 싶어서 말이죠.ㅋㅋ


당시엔 학과 과제물도 전부 손으로 하던 시절이었고, 주변에도 맥킨토시는 전혀 없었습니다.


교수님방에 가야 일체형 흑백 맥이었던 SE/30을 구경하던 시절이었으니, 집에 있는 쿼드라 650이 그렇게 대견하고 뿌듯하더군요.


어느날 수업을 듣기 위해 실습실에 갔는데 조교가 혹시 맥킨토시 다룰 줄 아는 사람 있냐는 이야기에 아무 생각 없이 손들었다가, 교수님 방에 가서 SE/30을 고쳐준게 인연이 되어서, 이 후 교수님의 DTP 작업을 꽤나 도와 드렸었죠.


그러다가 교수님 추천으로 방학때 충무로 인쇄소에 DTP 기사로 취직하게 되어, 실무에 경험을 쌓는 첫 발을 내딛게 되었지요.


사실, 과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기에 순수 미술 쪽으로의 전과를 고려했던 저에게 맥킨토시의 구입은 지금까지 CG로 밥벌이를 하게 해준 셈입니다.


그후, 파워맥이 나오고 또 파워맥을 동경하다가, 파워맥 보상판매 행사에서 쿼드로 650+추가 비용으로 파워맥 8100 AV를 구입해서 계속 사용하다가, 애플이 호환 정책을 바꾸면서 클론 맥이 대유행 처럼 나왔을때, 클론 맥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장 자체가 짜게 식어 버리는 바람에 잡지에서나 보던 클론 맥은 구경도 못해봤지만, 클론 맥 구입하려고 모은 돈으로 파워맥 G3를 구입하게 되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에겐 DTP=그래픽=맥이었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내용에 맞는 이미지를 작업을 해서, 쿽으로 레이아웃 잡고 텍스트 작업 하던 것이 주요 일거리였고, 3D는 간혹 필요할때만 간단한 도형 정도 만들고 렌더링해서 다시 포토샵에서 보정하고 텍스트 같은 거 넣는 정도 였기에, 크게 하드웨어에 대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늘 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저였지만, 친구 작업실에 놀러갔다가 본 펜티엄III 제온 듀얼로 된 워크스테이션을 보고는 성능에서 뻑이 가고 맙니다.


3D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던 친구였는데, 제 파워맥에서는 몇시간이 걸릴 렌더링이 겨우 몇분 안에 끝나는걸 보고는, 아범 호환 기종과 윈도우즈는 늘 파란화면만 뱉어내는 불안하고 잡스러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어지더군요.


적은 비용으로도, 더 좋은 퀄리티를 빠른 시간안에 실질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드웨어 파워는 저를 마구잡이로 뽐뿌질 했고, 결국 용산에서 발품 팔아가며 CPU, 메인보드, 램, VGA 등등을 최저가 비슷하게 구입했었습니다.


자취방에서 조립 끝내고 윈도우즈 2000 설치하고 이것 저것 3D 관련 프로그램들 설치하고 작업하는데, 그렇게 행복하더군요.


맥에서 스트라타 스튜디오, 쉐이드, 폼지, EIAS등으로 작업할때와는 천지 차이였습니다.


하드웨어 파워가 막강하니, 3D 뿐만 아니라 아비드 등의 NLE 편집 작업도 수월해서, 완전히 푹 빠졌습니다.


이후 G3는 몇달동안 저에게서 완전히 잊혀진채 먼지 먹는 하마 수준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해버렸고, 결국 팔아버렸지요.


윈도우즈용으로 나온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도 이젠 맥용 버전과 동일 수준이 되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갈아탈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한 맥에 대한 향수는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늘 아범 호환기종으로 작업하면서 딱히 불만은 없었지만, 그넘의 향수 때문에...


맥프로를 구입해서, 또 몇주동안 빠져 있다가, 이것 저것 불편한 것들이 있어서리, 지금은 파컷 전용 머신으로만 사용중입니다.


맥용 3D도 좋은 것들이 많지만, 제가 익숙한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이 원도우즈 기반인지라, 지금와서 맥에서는 다른 3D 프로그램을 쓴다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윈텔 기반의 워크스테이션 주는 하드웨어 파워에는 맥프로가 못미치더군요.

나름 큰돈 들여 구입한 12코어짜리 맥프로인데 말이지요.


지금 생각에선 맥프로가 저의 마지막 맥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컷 보다 아비드로 최종 작업을 더 자주하게 되어서, 이젠 그나마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팔자니 또 나중에 가서 향수 어쩌고 하며 살까봐 그냥 그냥 가끔씩 살아있나 상태 확인만 하는 중입니다.


요즘엔 점점 더 컴퓨터는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투자의 제1조건은 효율성이다라는 생각이 더 굳건해져서 말이죠.

맥프로 살 돈이면, 최고 사양의 조립 워크스테이션을 몇대 뽑을 돈이니까요.

그렇다고 그 돈 들인만큼의 성능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새로운 부품이 런칭되어서 시장에 나오면, 그 부품이 맥프로가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조립 워크스테이션은 그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상당히 편리하고 저렴한 편이니까요.


남들 다 구정이라고 고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홀로 작업실에서 막바지 작업 하다가, 술김에 이런 저런 생각을 옮기다 보니 글이 중구난방이 되었네요.


다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올해도 복된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