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6-21 14:12
[JES 김범석]
↑영화기자에게 배달된 정체불명의 소포 내용.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걸까.
최근 한 영화사 프로듀서의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정체불명의 소포가 영화 담당 기자들에게 일제히 배포돼 화제가 되고 있다.
'2007.6.15 서울 광진'이라는 소인이 찍힌 서류봉투가 기자에게 도착한 건 지난 18일. 발신인 난에는 '제보:영화 제작비가 부풀려지고 빼돌려지는 명확한 증빙자료-중요한 증거 첨부'라고 프린트 돼 있었다.
이 안에는 A4용지 30장 분량의 제보 내용이 들어있었다. 작성자는 '한국 영화 발전을 바라는 제보자'로 돼 있고, 작성 일시는 4월 14일로 적혀있어 두 달여간 발송을 고민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제보자는 "불법인줄 알면서 이 일에 동참한 나 자신도 죄인"이라며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이런 비도덕적인 관행의 실태를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보 내용은 "영화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T 영화사 김모 프로듀서의 뒷주머니 실태를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해 문제의 프로듀서가 1년 동안 스태프를 섭외하면서 빼돌린 액수가 무려 1억원이라고 기술돼 있었다. 김 프로듀서 명의의 통장 사본과 함께 돈이 어떻게 입·출금됐고, 전용됐는지가 자세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제보자는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높게 올려받은 뒤 당사자들에게 일부를 되돌려 받는 수법과 유흥비 사용 내역, 친형과 친누나 명의를 통해 돈을 세탁하는 수법으로 제작비가 빼돌려졌다고 주장했다.
증거로 제시된 한 시중은행 통장 사본에는 보조출연업체와 필름업체, 특수효과, 세트시공업체 등 영화 관련자들이 입금한 액수와 날자가 자세히 기재돼 있었다. 자금 세탁 혐의가 짙다고 주장한 김 프로듀서의 어머니와 친형, 친누나의 이름도 있었다. '룸살롱 리베이트'라는 항목에는 룸살롱 영업상무라는 설명과 함께 안모씨의 이름도 보였다.
제보자는 "김 프로듀서가 일하는 영화사와 협력 관계인 쇼박스에서도 이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영화 한 편당 대략 1억원 이상을 빼돌린 이런 프로듀서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영화인들이 비난을 받는다. 이같은 사람이 더이상 영화 현장에 들어올 수 없도록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이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편 T영화사도 이 제보 우편물을 받아본 뒤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 이 영화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누가 이런 제보를 했는지 모르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현재 문제의 프로듀서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고 진위를 가리고 있는 중"이라며 허탈해 했다.
"외모는 내면을 가리는 껍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