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오랜만에 글을 남기게 됩니다.

by 소울자이언트 posted Apr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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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포디그룹에 와서 글을 남기게 됩니다. 지금 파견직으로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구요. 일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올릴까 합니다. 제 페이스북의 글에도 이렇게 글을 남겼구요. 시포디 유저들과도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서 올립니다. 제 사견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 필터링하실 분들을 필터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으니 미리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정독해주시면 매우 감사할 것 같습니다.)

1.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고, 적성에 맞고, 하고 싶어하는 일인데,
2. 돈은 적게 주고,
3. 하고 싶어하는 일인데,
4. 야근수당 주면서 야근은 밥 먹듯이 하면서 주말에 휴일은 없는 일이지만
5. 자신이 노력한만큼 자신의 미래는 보장되고 정년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그런 직업을 선택할 것이냐. [이 분야는 컴퓨터그래픽 분야를 두고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1. 자신의 적성과는 맞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싫다고는 할 수 없고,
2. 정년은 짧고, [구체적으로 55세]
3. 돈은 넉넉하게 주고,
4. 야근은 거의 없고 칼퇴근이지만,
5. 근속년수가 길어질수록 정년퇴임후에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해야하는 직업입니다. [KBS 방송기술직입니다.]

사실 그 질문은 실질적으로 제가 궁금해 했었고 최근에 진로를 두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고민일지도 모를 고민이겠습니다. 이런 질문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모순일 것 같기도 하구요.

이제 돈은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공기업과 같은 대우 또는 그보다 더 좋은 대우인 방송사를 들어가기 위해 경제활동 수능이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활을 한다면 경제활동을 하기는 어렵겠지요. 수험생활에 올인을 해도 될까말까인데 라는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경쟁이 심하다는 소리도 들어왔기 때문에..

저같은 경우는 컴퓨터그래픽이라는 컴퓨터아트이지만,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예술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런 길을 두고 고민하실 것 같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동등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직장얘기하며 수입얘기를 하면, 이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자신보다 더 많은 수입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가 매우 쉬운 분야입니다.

나라가 발전하면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은 디자인이고 그 디자인은 필수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아웃소싱을 맡기고 있으며 그 아웃소싱은 돈만 주면 해결된다고 하면서 뒤에 있는 다른 요소들은 보지 않게 되는 미성숙한 사회의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고민을 하면서 지금까지 느낀 결론은 제가 좋아하는 일은 하고 싶지만, 이런 사회 인식과 구조속에서는 저라도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의 인식이 부족한 탓에 이를 보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는 분들이 매우 매우 많이 있습니다.

2차 산업(공업화)을 겪으셨던 어른들이 만드신 회사에 들어간다면 경영하시는 분들은 영상 작품을 마치 공장에서 금방 따끈따끈하게 찍어낼 수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하시게 되는데 그것도 설비투자가 확실히 이어져야만 가능한 것이며 또한 양과 질이 확실이 좋은 영상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상작품을 만드는 것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라 처음에는 결과가 잘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장인의 손길이 섬세해질수록 명품이 되어가는 명품백, 명품자동차 같은 것이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숙성되어지는 100년, 200년 묵은 산삼, 묵은지, 재미있게 비유하면 6년근 홍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의 공장같은 이런 환경에서 찍어낸다면 진짜를 복제해낸 가짜 명품백, 디자인을 베껴버린 인도, 중국 자동차, 중국산 김치밖에 생산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CG분야 중에 외주를 맡은 영세업체는 상당히 열악합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약은 필수이고 밤샘작업도 많이 하는 분들은 심하면 위염까지도 얻어서 나간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니까요.) 사람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 힘들다고 나가면 다른 사람 쓰면 된다고 하며 사람을 돈으로 생각하거나 기계부품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 역시도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결론만으로 해결이 될 문제일까요?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일요일에 그냥 마음만 편하려고 교회만 왔다갔다가 하는 선데이크리스천이 아니라, 말씀에서 나오는 삶과 예배가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이고 창조주가 나와 함께 하고 계시다는 생각과 함께 하나님이 부르신 청지기, 일꾼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기도 없이는 이 문제를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많은 응원과 기도 부탁드릴께요. 두서없이 제 불평만을 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분들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